한국전통사상 125

98칙 달마성제 達磨聖諦

98칙 달마성제 達磨聖諦 [본칙] 달마대사에게 양무제1)가 물었다. “성스러운 진리의 근본적인 이치는 무엇입니까?” “막힘없이 트여 성스러움조차도 없습니다.” “짐과 마주하 고 있는 자는 누구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무제가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자 달마는 마침내 강을 건너 위(魏)나라로 갔다. 〈분주선소(汾州善昭)가 무제를 대신하여 말했다. “제자의 지혜가 얕습니다.”〉 무제가 이 문답을 들려주고 지공(誌公)2)에게 묻자 지공이 말했다. “폐하시여, 이 사람의 뜻을 아셨습 니까?”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은 관음대사3)로서 (폐하께) 부처님의 심 인4)을 전했던 것입니다.” 무제가 후회하며 사자를 보내어 돌아오라는 조 칙을 내리려 하자 지공이 말했다. “폐하의 조칙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 사람들..

74칙 비목집수 毗目執手

74칙 비목집수 毗目執手1) 1)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친견한 53선지식 중 여덟 번째인 비목선인(毗目仙人)과 의 인연을 소재로 한 공안이다. 80권본『華嚴經』권64 大10 p.345c20의 내용이 기초가 된다. [본칙] 비목선인이 선재동자의 손을 잡자 선재는 그 즉시 자신의 몸이 시방 불국토의 티끌과 같이 무수한 부처님이 계시는 모든 세계로 갔다가 불가 설불가설2)의 티끌과 같이 무수한 겁(劫)을 지나는 광경을 스스로 보았 고, 선인이 손을 놓는 순간 자신의 몸이 본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오는 광 경을 목격하였다. 毗目仙人, 執善財手, 善財, 卽時自見其身, 往十方佛刹微 塵數諸佛所, 乃至經不可說不可說微塵數劫. 仙人放手, 卽 見自身, 還在本處. 2) 不可說不可說. 고대 인도의 10대수(大數) 또는 60수(數..

65칙 문수채약 文殊採藥

65칙 문수채약 文殊採藥1) 1) 세상의 모든 풀이 약으로서의 효험이 있지만,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점이 이 공안을 궁구하는 주안점이다. ‘약이 된다’라는 말에 약과 독의 속성을 모두 숨겨 둠으로써 설정된 공안이다. [본칙] 문수보살(文殊菩薩)이 하루는 선재동자(善財童子)에게 약초를 캐어 오라고 시키면서 “약이 되지 않는 풀을 캐어 오라”고 하자 선재가 “산에 는 약이 되지 않는 풀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문수가 “그렇다면 약이 되는 풀을 캐어 오라”고 하자, 선재가 땅에서 아무 풀이나 한 줄기 주워 서 문수보살에게 주었다. 문수가 받아들고 대중에게 말했다. “이 약은 사 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文殊, 一日, 令善財採藥次云,“ 不是藥者, 採將來.” 善財云, “..

44칙 열반도독 涅槃塗毒

44칙 열반도독 涅槃塗毒1) 1) 『涅槃經』의 내용을 공안으로 제기했다. 경전에서 독을 바른 북 곧 도독고(塗毒 鼓)는 번뇌를 죽이는『涅槃經』교설의 방편을 가리킨다. [본칙] 『열반경』에 “나의 교의는 독 바른 북[塗毒鼓]을 한 번 울릴 때마다 먼 곳이건 가까운 곳이건 그 소리를 듣는 자들은 모두 죽는 것과 같다”2)라고 하였다. 암두가 이 공안을 제기했을 때, 소엄상좌가 “도독고란 어떤 것입 니까?”라고 묻자 암두는 두 손으로 무릎을 어루만지고 몸을 구부리면서 말했다. “한신이 조정에 임하여 정사를 처리하는 격이다.” 〈암두가 이 공안 을 제기했을 때 소엄상좌가 “도독고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암두는 양손으로 무릎을 어루만지고 몸을 굽히며 말했다. “한신이 조정에 임하여 정사를 처리하는 격이다.”..

33칙 세존자자 世尊自恣

33칙 세존자자 世尊自恣 [본칙] 세존께서 자자일1)을 맞았다. 문수가 세 곳에서 하안거를 보냈다는 소 리를 듣고 가섭〈어떤 판본에는 ‘우바리(優波離)’2)라고 한다〉이 백추를 울려 대중 에게 알리고3) 쫓아내려고4) 하였는데, 백추를 칠 망치를 잡자마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수를 보았다. 가섭이 자신의 있는 힘을 다해 보았으나 망 치를 들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마침내 가섭에게 “그대는 무수한 문수 중 에 어떤 문수를 몰아내려고 하는가?”라고 물었으나 가섭은 대답하지 못 했다. 〈다른 본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世尊因自恣日, 文殊三處過夏, 迦葉〈一本, 優波離〉欲白椎擯 出, 纔拈椎, 乃見百千萬億文殊. 迦葉盡其神力, 椎不能 擧. 世尊遂問迦葉, “汝擬貶那箇文殊?” 迦葉無對. 〈有本大 同小異.〉 1) 自恣..

「법성게(法性偈)」주석 모음

「법성게(法性偈)」주석 모음 ●『법계도기총수록 法界圖記叢髓錄』 「법기 法記」 / 「진기 眞記」 / 「대기 大記」 ●『일승법계도원통기 一乘法界圖圓通記』 ●『대화엄법계도주병서 大華嚴法界圖註序 「법성게(法性偈)」주석 모음1) 1)「법성게(法性偈)」주석 모음은 현존하는『일승법계도』주석서 중『법계도기총 수록(法界圖記叢髓錄)』과 균여의『일승법계도원통기(一乘法界圖圓通記)』와 설 잠의『대화엄법계도주병서(大華嚴一乘法界圖註幷序)』에서『일승법계도』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법성게」에 대한 주석 부분만을 뽑아 실었다. 법성은 원융하여 두 모양 없고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아니하여 본래 고요하다.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모든 것이 끊어져 증득한 지혜로 알 바이고 다른 경계가 아니다.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無名..

華嚴一乘法界圖 화엄일승법계도

華嚴一乘法界圖 화엄일승법계도 1. 서문 [自] 2. 반시 (槃詩) 3. 본문 해석[釋文] 1) 도인의 뜻을 통틀어 해석함[總釋印意] 2) 도인의 모양을 나누어 풀이함[別解印相] (1) 도인의 모양을 설명함[說印文相] (2) 글자의 모양을 밝힘[明字相] (3) 글의 뜻을 해석함[釋文意] 4. 발문 (跋文)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1) 의상 지음 義湘 撰2) 1) 저본(底本)은『한국불교전서』제2책(동국대학교 출판부, 1979)에 수록(pp.1-8) 된『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이다. 이에 대한 교감본으로 갑본(甲本)은 『고려대장경』제45권 중『법계도기총수록(法界圖記叢髓錄)』(이하『총수록』)에 수록된『일승법계도 합시일인』원문이고, 을본(乙本)은『만속장경』제103권에 수록된『화엄일승법계도』이고, 병본(丙..

화엄 - 解題 해제

解題 해제 1. 머리말 2. 『일승법계도(一乘法界圖)』의 저자와 내용 3. 『일승법계도』의 주석서와 그 구성 내용 4. 본서에 수록된 『일승법계도』와 그 주석에 담긴 핵심교의 5. 맺음말 1. 머리말 한국전통사상총서『정선화엄I(精選華嚴I)』은 대한불교조계종에서 한 국불교의 전통 사상을 알리는 총서로 기획하여 『한국불교전서』1)를 저 본으로 역주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불교 가운데 화엄 전통을 알리기 위 한 기획 의도에 따라서 먼저 한국 화엄의 독창성을 잘 보여주고, 한국불 교 역사상 꾸준히 연구·전승되며 큰 영향을 미쳐 온 의상(義湘 또는 義相, 625~702)스님의 대표 저술인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2)(이하 『일승법계도』)와 그 주석서 등을 중심으로 하여 구성되었다..3) 1) 이 책에 수..

5칙 세존염화 世尊拈花

5칙 세존염화 世尊拈花 1) 1) 세존께서 꽃을 든 염화(拈花)와 가섭이 그에 화답한 미소(微笑), 이 단적인 두 가 지 사실에 이 공안의 모든 요소가 드러나 있으므로 그것에 덧붙여지는 것은 모 두 헛된 분별로 귀결된다. [본칙] 세존께서 영산(靈山)에서 설법하실 때 하늘에서 네 가지 꽃이 비 오듯 이 내렸다. 세존께서 마침내 꽃을 집어 대중에게 보이자 가섭이 미소 지 었다. 세존께서 말씀했다. “나에게 정법안장이 있으니 그것을 마하가섭 에게 전하노라.”〈어떤 본에는 ‘세존께서 청련목2)으로 가섭을 돌아보자 가섭이 미소를 지었다’라고 되어 있다.〉 世尊在靈山說法, 天雨四花. 世尊遂拈花示衆, 迦葉微笑. 世尊云, “吾有正法眼藏, 付囑摩訶迦葉.” 〈一本, 世尊, 以靑蓮目 顧視迦葉, 迦葉微笑.〉 2) 靑蓮目. ..

2칙 세존주행 世尊周行

2칙 세존주행 世尊周行 [본칙] 세존께서 태어나셨을 때 일곱 걸음 두루 걷고서 사방을 둘러본 후,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하 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만이 존귀할 뿐이다.”〈운문문언(雲門文偃)의 염: “내가 당시에 그 광경을 보았다면, 한 방에 때려죽이고 개에게 먹이로 주어서 천하의 태 평을 도모했을 것이다.”〉1) 世尊初生下時, 周行七步, 目顧四方, 一手指天, 一手指地 云, “天上天下唯我獨尊.” 〈雲門偃拈, “我當時若見, 一棒打殺, 與狗子 喫却, 媿2)圖天下大平.”〉 1) 이 공안에 대한 역대 조사들의 판단은 운문의 이 평가를 동시에 제기하여 이루 어지는 경향이 있다. 본칙을 평가하는 이하의 염·송들에서 운문의 말이 가장 중심에 배치되어 빈번하게 등장하..

1칙 세존도솔世尊兜率

1칙 세존도솔世尊兜率 [본칙] 세존은 도솔천을 떠나기도 전에 이미 왕궁에 강림하였고, 모태에서 태 어나기도 전에 중생 제도를 벌써 마쳤다. 世尊, 未離兜率, 已降王宮;未出母胎, 度人已畢. [설화] 이 공안은『화엄경』「이세간품(離世間品)」에 제시된 십종미세취(十種微 細趣)의 문장1)을 받아들여 화제(話題)로 삼은 것이다.2) 도솔(兜率)의 온 전한 음사어는 도솔타(兜率陁)3) 또는 도사타(覩史陁)이며, 한역하여 희족 (喜足) 또는 묘족(妙足)이라 한다. 희족이란 모든 욕락(欲樂)에 대하여 만 족할 줄 아는 마음4)을 일으키는 것, 또는 작은 희열을 얻고 기쁘게 여기며 더 이상 구하지 않는 상태를 만족하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대대로 부처 님들이 세상에 나타나실 때 모두 도솔천에서 염부(閻浮)5)로 강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