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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믿음

불교의 믿음과 관계된 빨리어 술어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빠사다(pasādā): ‘깨끗한 믿음’으로 번역되는 빠사다는 마음이 가라앉은 상태, 즉 ‘고요함, 편안함’을 나타낸다. 아울러 그런 고요함처럼 깨끗한 믿음을 뜻한다. 오까빠나(okappana)와 동의어이다. (2) 삿다(saddhā): ‘믿음’으로 번역되는 삿다는(saddha)는 전통적으로 srad(가슴)+√dha(놓다)로 분석한다. 그래서 ‘마음을 어떤 대상에 놓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믿음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믿고 삼보에 귀의할 때 생긴다. 하지만 이 믿음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조사와 탐구를 통한 합리적인 이해에 기반을 둔 확신을 뜻한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도 faith, belief보다는 confidence로 많이 번역한다..

교리 이야기 2022.01.02

다섯 가지 닦음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분리됨에 의지하고 탐욕의 떠남에 의지하고 소멸에 의지하고 내놓음에 이르는 믿음의 힘을 닦는다.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분리됨에 의지하고 탐욕의 떠남에 의지하고 소멸에 의지하고 내놓음에 이르는 정진의 힘을 닦는다.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분리됨에 의지하고 탐욕의 떠남에 의지하고 소멸에 의지하고 내놓음에 이르는 마음챙김의 힘을 닦는다.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분리됨에 의지하고 탐욕의 떠남에 의지하고 소멸에 의지하고 내놓음에 이르는 삼매의 힘을 닦는다.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분리됨에 의지하고 탐욕의 떠남에 의지하고 소멸에 의지하고 내놓음에 이르는 지혜의 힘을 닦는다.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탐욕의 길들임에 이르고 성냄의 길들임에 이르고 어리석음의 길들임에 이르는 믿음의 힘을..

교리 이야기 2022.01.01

임제종의 선풍 고찰

본고에서는 임제종의 종풍(宗風)과 학인의 제접(提接)에 상용되는 선법(禪法)으로 ‘임제할(臨濟喝)’, ‘삼현삼요(三玄三要)’, ‘사빈주(四賓主)’, ‘사료간(四料簡)’, ‘사조용 (四照用)’ 등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임제종의 법맥(法脈)은 혜능(慧能)의 남종선(南宗禪)을 계승한 남악회양(南嶽懷 讓)-마조도일(馬祖道一) - 백장회해(百丈懷海) - 황벽희운(黃檗希運)으로 이어지는 이 른바 ‘남악계’이다. 이러한 법맥에 따라 임제종의 선사상은 「육조단경(六祖壇經)」의 선 사상을 계승하고 있는데, 특히 「단경」의 ‘자성자도(自性自度)’를 더욱 주체적으로 강 조하여 “있는 곳에 주인이 되고,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됨[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유명한 구절을 강조한다. 선종에서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을 강조하는..

초기 인도불교에서의 신통과 기적

초기 서구 학자들의 눈에 불교는 기본적으로 종교의 전통적 올가미로부터 자유로운 심리학 적 윤리의 실용적 코드로 비추어졌다. 그들의 이해에서 불교의 초이성적 측면은 불필요한 것이 었고 초기 인도불교의 문헌들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신통과 기적은 후대의 첨가로 설명되었다. 이러한 인상을 전달하는 주요한 구절은 승려들이 기적을 행하거나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율 장」의 규정들과 세 가지 기적을 논하는 「디가 니까야」의 「께왓다 숫따(Kevaddha-sutta)」의 한 섹션일 것이다. 「께왓다 숫따」는 재가신자 께왓다(Kevaddha)가 세 번이나 붓다에게 상인법 (上人法, uttarimanussa-dhamma)인 신통의 기적(iddhi-pāṭihāriya)을 시현할 비구를 초청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4 선정

비구들이여, 비구는 감각적 쾌락으로부터 멀어지고 선하지 않은 법으로부터 멀어져, 거친 사유(일으킨 생각)와 미세한 사유(지속적 고찰)를 지닌, 분리됨으로부터 생겨난 기쁨(희열)과 즐거움(행복)이 있는 첫 번째 선정을 성취한다. 그는 분리됨에서 생긴 기쁨과 즐거움으로 자신의 몸을 충만하게 하고 흘러 넘치게 하고 가득차게 하고 고루 미체게 한다. 온몸 어디라도 분리됨에서 생긴 기쁨과 즐거움이 미치지 않은 데가 없다. 비구들이여, 예를 들어 어떤 목욕하는 사람이 그릇에 목욕가루를 담고 물을 타서 둥글게 뭉쳐서 사용하게 되면 물에 젖은 비누가 두루 충만하여 어느 곳이나 퍼지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비구는 분리됨에서 생긴 기쁨과 즐거움으로 자신의 몸을 충만하게 하고 흘러 넘치게 하고..

교리 이야기 2021.12.11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이사장 능행스님

“죽음 앞에 우리는 너무나 천진난만하다…지금 당장 세상과 이별할 수 있음에도” 탁발로 모금 시작해 불교계 최초 스님이 세운 호스피스 병원 건립 명상 등 활용한 웰다잉 교육도 ‘호스피스’ 주제 유튜브 4월 개설 “편안한 죽음 맞이할 수 있어야 오늘 더 찬란한 하루 살 수 있어” “우리는 죽음 앞에 너무나 천진난만 합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이사장 능행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 3일에 한번 꼴로 타인의 죽음을 품어 안는 삶, 호스피스 활동에 있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불교계에서 누구보다 발 빠르게 현장 속에 뛰어들어 새 길을 열었던 스님이다. 탁발로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불교 대표 호스피스 병원 이사장으로 굵게 새긴 직함에도 스님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말했다. 씁..

재소자 교화설법 50년, 사형수들의 아버지

삼중 스님 (75ㆍ전국교도소재소자교화후원회장) 인간에겐 공기와 물 등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아울러 삶의 차원에서 필요한 것들도 있다. 그 중에서 ‘자유’는 삶의 공기이자 물일 것이다. 하지만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재소자들이다. 그들 중에는 자유뿐만 아니라 ‘삶’을 반납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사형수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비(是非)에 앞서 함께 두 손을 모아야 할 공업(共業)이다. 50여 년 동안 이 공업참회에 평생을 바친 이가 있다. 전국의 재소자들을 찾아 교화설법을 하고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준 삼중 스님이다. 삶과 죽음을 건너서 삼중 스님은 이 세상에 온 지 겨우 1년이 되던 즈음에 죽음의 문턱에 선다. 스님의 부친도 죽음의 문턱에 있었다. 양쪽 모두 순간을 쪼개가며 숨..

염불선과 선정계위

「淨土學硏究」 제27집, 2017년 6월 염불선과 선정계위 - 청화스님의 염불선 위차 사상과 관련한 비판적 검토 - (고려대학교에서 지원된 연구비로 수행되었음(Supported by a Korea University Grant)). 조준호/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 목 차 • Ⅰ. 들어가는 말 Ⅱ. 초기와 부파불교의 염불선정계위 1. 염불선정계위 2. 초기경전의 염불선정계위 3. 부파불교의 염불선정계위 4. 심사(尋伺 : vitakka-vicārā)와 선정계위의 문제 5. 심사와 염불선정의 문제 Ⅲ. 마치는 말 [한글요약] 초기불교에서 염불은 선 또는 삼매의 수행범위로 나타난다. 이는 이후 인도불교 전통과 현재의 다른 불교권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동 아시아에서 염불 이해는 다른 양상으로..

스리랑카 비구니 승가 소멸에 대한 고찰

佛敎學報 第86輯 스리랑카 비구니 승가 소멸에 대한 고찰 * 이 논문은 2017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7S1A6A3A02079749).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NRF-2017S1A6A3A02079749). 김한상/한국외국어대학교 HK연구교수 I. 들어가는 말 II. 테라와다 불교의 남성중심주의적 성향 III. 힌두교의 반여성주의와 남존여비사상 IV. 아란냐까 전통의 대두 V. 나가는 말 이 논문에서 필자는 스리랑카의 비구니 승가의 소멸에 대해 탐구한다. 비구니 승가는 거 의 1200..

제3결집과 남방 테라와다(Theravada) 불교

제3결집과 남방 테라와다(Theravada) 불교 황순일/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I. 서언 II. 제3결집의 원인 III. 목깔리뿟따띳사(Moggaliputtatissa)와 불교전파 IV. 남방 테라와다(Theravāda) 전통에서 제3결집의 위치 V. 결어 불교국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불교적 군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도 마우리야 왕조의 제3대 아쇼까(Aśoka)왕에 관해서 많은 이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실상 인도 전역에서 발견되는 아쇼까왕 비문․석주에 나타나는 아쇼까왕과 남방 테라와다(Theravāda) 불교전통에 나타나는 아쇼까왕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본 논문에서는 붓다고샤(Buddhaghosa)의 까타왓투(Kathāvatthu) 주석서(Aṭṭhakathā)의 서문에 나타난 ..

염불삼매는 어느 선정 단계까지 가능한가

佛敎學報 第79輯 염불삼매는 어느 선정 단계까지 가능한가 : 대승불교의 염불삼매 계위에 대한 경론 전거 (고려대학교에서 지원된 연구비로 수행되었음.(Supported by a Korea University Grant) 조준호/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Ⅰ. 들어가는 말 Ⅱ. 염불삼매의 계위 1. 「대방등대집경」과 「불설보살내계경」 2. 「불장경」과 「십주비바사론」의 수행계위 3. 「십주비바사론」에서 사선 ․ 사무색 염불 4. 「오문선경요용법」에서 사선 염불 Ⅲ. 염불삼매의 재평가 Ⅳ. 마치는 말 부파불교 전적에서는 염불삼매와 선정계위가 결부되어 설명되는 전거를 찾을 수 없다. 상좌부 불교전통의 대표적인 논서인 Visuddhimagga에서 염불은 본선정[本三昧]으로 나아 갈 수 없다고까지 한다. 염불선..

불교 경전의 결집 과정과 논쟁점/조준호

불교 경전의 결집 과정과 논쟁점 / 조준호 상좌불교, 무시할 것인가 포용할 것인가 [44호] 2010년 09월 06일 (월) 조준호 yathabhuta@hanmail.net 조준호 고려대 연구교수 1.들어가는 말 오래된 불교 문헌에 의하면 인도불교사에 있어 불멸(佛滅) 후 네 차례에 걸친 석가모니 붓다의 말씀에 대한 편집 또는 편찬회의가 있었다. 이 가운데 상좌불교(Theravāda)의 빠알리(Pāli) 전승 문헌에는 세 차례가 언급된다. 불멸 후 처음으로 라자가하(Rājagaha)에서 500 아라한에 의한 제1차 결집, 불멸 100년 후 웨살리(Vēsalῑ)에서 계율상의 문제가 쟁점이 된 제2차 결집, 이후 모리야[Sk. Maurya] 왕조의 아소까 왕 때 적주비구(賊住比丘) 축출이라는 교단 정화적 차..